제6장
박이안은 안유진이 대놓고 자신을 유혹한다고 단단히 오해했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말도 안 되는 소리!”
안유진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가 오해한 것을 알고 서둘러 해명했다.
“오해예요. 그냥 당신의….” (어깨에 이빨 자국이 있는지)
그해, 그녀는 고통에 기절했다가 다시 고통에 깨어났다. 더는 참을 수 없었던 그녀는 그의 어깨를 죽기 살기로 물어뜯었다….
그렇게 세게 물었으니 보통 사람이라면 흉터가 남았을 것이다.
만약 그의 어깨에 자신의 이빨 자국이 있다면, 그가 바로 그날 밤의 야수 같은 남자라는 증거가 될 터였다!
하지만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박이안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 그는 휴대폰을 들어 전화를 받았다. “말해!”
수화기 너머로 무슨 말을 들었는지, 그의 표정이 순식간에 변했다.
“바로 돌아가지.”
전화를 끊은 박이안은 냉정을 잃고 초조함이 가득한 눈으로 서둘러 밖으로 향했다.
주용민은 그 모습을 보고 도련님에게 무슨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직감했다!
이 세상에서 제 상관을 당황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도련님과 6년 전 그 여자뿐이었다.
도련님은 박이안의 친아들이었다.
그리고 그 여자란, 박이안이 지금껏 찾지 못한 아이의 엄마였다!
주용민의 안색도 변하며 서둘러 그를 따라나섰다.
“이안 형님, 안유진 씨는 어떻게 처리할까요?”
박이안은 돌아보지도 않고 말했다. “경찰에 넘겨!”
안유진은 겁에 질려 그의 신분을 확인할 겨를도 없이 급히 뒤쫓아갔다.
“절 경찰에 넘기면 안 돼요. 집에 아이가 셋이나 있어요. 게다가 애들 아빠도 없는데, 제가 경찰에 잡혀가면 아무도 돌봐줄 사람이 없단 말이에요. 제 아이가 당신 차를 긁은 건 잘못했어요. 죄송합니다. 사과할게요! 하지만 제 아이들은 겨우 다섯 살이에요. 정말 엄마 없이는 안 된단 말이에요.”
박이안은 고개를 돌려 안유진을 흘끗 쳐다봤다…. 그는 누구보다도 엄마 없는 아이가 얼마나 불쌍한지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의 하진이처럼!
박이안은 측은지심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그녀를 그냥 보내줄 생각은 없었다.
“일단 여기 가둬 둬. 나중에 처리할 테니!”
안유진은 당황했다. “절 여기에 가둘 순 없어요. 제 아이들이 모델 하우스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단 말이에요. 저… 쾅!”
방문이 굳게 닫히고, 밖에서 잠기는 소리가 들렸다!
안유진은 눈가가 붉어질 정도로 다급해졌다. 휴대폰도 가져오지 않았는데, 아이들은 아직 모델 하우스에 있었다. 만약 나쁜 사람이라도 만나면 어떡하지?
“문 열어요! 이건 불법 감금이에요! 빨리 문 열어달란 말이에요….”
그녀가 아무리 소리쳐도 아무도 대꾸하지 않았다.
…
진성시 최고급 저택, 더원 팰리스.
박이안은 바람처럼 집에 도착하자마자 옷도, 신발도 갈아 신지 않은 채 곧장 2층 아이 방으로 향했다.
양 집사가 허둥지둥 뒤를 따랐다.
박이안이 초조한 얼굴로 물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집사가 서둘러 말했다.
“도련님께서 잘 계셨는데, 오후에 한소은 씨가 갑자기 찾아왔습니다. 선물을 들고 위층으로 올라가 도련님을 만나셨는데, 무슨 말씀을 나누셨는지 도련님께서 갑자기 난폭해지시더니 한소은 씨를 다치게 하셨습니다.”
박이안의 눈가에 어두운 그림자가 스쳤다. 그는 걸음을 재촉하며 물었다.
“자신은 다치지 않았고?”
“아직 확실치 않습니다. 도련님께서 저희가 다가오지 못하게 하십니다.”
“쾅!”
“쿵!”
“와장창—”
박이안이 아들 방문 앞에 막 도착했을 때, 안에서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더욱 긴장하며 방문을 밀고 들어갔다.
“하진아….”
꽃병 하나가 날아왔다. 박이안은 재빨리 몸을 옆으로 피했고, 꽃병은 그의 귓가를 스쳐 방 밖으로 날아가 난간을 넘어 1층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양 집사는 겁에 질려 얼굴이 하얗게 변한 채 문 앞에 서서 꼼짝도 하지 못했다.
박이안은 이미 이런 일에 익숙했다. 그는 방 안으로 들어서며, 분노에 찬 아들을 인내심 있게 바라보며 천천히 다가갔다.
“하진아, 왜 또 화가 났어?”
박시우는 주먹을 꽉 쥔 채 작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가슴이 거칠게 오르락내리락했다.
음산함과 분노가 가득한 얼굴은 박이안과 판박이였고, 심지어 풍기는 분위기마저 비슷했다.
누가 봐도 친아들이었다!
박이안이 천천히 다가가 아들을 안아주려 하자, 하진은 그의 포옹을 거부하며 2미터쯤 떨어진 곳에 서서 그를 쏘아보았다.
“결혼해요?”
박이안은 순간 멈칫했다. “누가 그런 말을 해?”
하진은 말없이 그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박이안은 한소은을 떠올렸다. “한소은이 그랬어?”
하진의 미간이 살짝 좁혀졌다.
박이안은 알아차리고는 굳은 얼굴로 설명했다.
“그 여자 헛소리 듣지 마! 아빠는 너한테 새엄마 만들어줄 생각 없어. 아빠가 몇 년 동안 네 친엄마 찾는 걸 포기한 적 없다는 거, 너도 잘 알잖아.”
“그 여자랑 결혼 안 해요?”
“안 해!”
“확실해요?”
“확실해!”
하진은 그 말을 듣고서야 표정이 조금 누그러졌다. “난 그 여자 싫어요.”
박이안이 말했다. “나도 그 여자 싫어해.”
하진의 입술이 살짝 움직였다. “엄마 소식은 있어요?”
“아직은. 하지만 걱정 마. 소식이 생기면 아빠가 제일 먼저 너한테 알려줄게.”
그 여자에 대해 박이안은 애증이 교차했다!
그해, 그녀는 그의 해독제가 되어 간접적으로 그의 목숨을 구했다. 그는 그녀에게 감사했다.
게다가 그는 한평생 한 사람만 사랑해야 한다는 전통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다. 이미 그녀와 관계를 맺었으니, 평생 그녀여야만 했다. 그녀가 아니면 안 됐다!
그래서 그는 그녀를 찾고 싶었고, 그녀와 결혼하고 싶었고, 그녀와 함께 행복하게 평생을 보내고 싶었다.
하지만 나중에 하진이 갑자기 나타나면서 그는 그녀를 사랑하는 동시에 미워하게 되었다.
그는 평생 그녀 외의 여자를 품은 적이 없었다. 하진은 분명 그녀가 낳은 아이였다. 이것은 두 사람의 사랑의 결실인데, 그녀는 어떻게 그렇게 함부로 버릴 수 있었을까?!
만약 한소은이 우연히 하진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하진은 그의 집 앞에서 죽었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그를 버렸고, 그들의 아이까지 버렸다!
정말 모진 여자였다!
박이안은 속으로 그녀를 원망하며 하진의 감정이 조금 진정된 것을 보고 다가가 쪼그려 앉았다. 그는 아들의 뺨을 어루만지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
“하진아, 아빠도 너처럼 그 사람을 찾고 싶어. 지금 당장 우리 부자 앞에 나타났으면 좋겠어. 하지만… 어떤 일들은 억지로 되는 게 아니야. 우리가 그 사람을 원한다고 해서 반드시 가질 수 있는 건 아니거든.”
말해봤자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세상 사람들 눈에는 가장 높은 몸값을 자랑하는 두 남자가, 실은 서로보다 더 외롭고 더 불쌍했다!
그들은 같은 여자에게 버림받았다!
하진은 미간을 꽉 찌푸렸다.
“엄마는 왜 아빠도, 나도 버렸어요? 아빠가 잘못했어요, 아니면 내가 잘못했어요?”
박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엄마가 떠날 때 넌 갓난아기였는데, 네가 뭘 잘못했겠어. 넌 정말 멋진 아이야.”
“그럼 아빠가 잘못했네요. 아빠가 엄마를 괴롭혀서 화나서 가게 만든 거죠?”
“나….” 박이안은 반박하고 싶었지만, 마음 한구석이 찔렸다.
비록 그해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고, 그 상황에서 병원에 갈 기회도 없었으며, 그녀를 품지 않았다면 자신이 죽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 그녀는 분명히 필사적으로 몸부림치고 저항했다.
그것은 분명 그가 그녀를 괴롭힌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녀가 몰래 떠난 것이 그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자신에게 잘못이 있다는 것을 그는 알았다. 그는 진심으로 그녀에게 보상하고 싶었고, 진지하게 그녀와 함께 남은 인생을 잘 보내고 싶었다.
“…하진아, 너희 엄마와 나 사이에 좋지 않은 일이 있었던 건 맞아. 하지만 아빠를 믿어줘. 그해 나는 분명히 그녀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고 귀한 여자로 만들어주겠다고 말했어. 하지만, 그녀는 그래도 사라져 버렸어…. 네가 그 사람을 그리워하는 것처럼, 나도 그래.”
하진은 다시 박이안을 한참 쳐다보더니, 이내 토라진 듯 몸을 돌려 창가에 앉았다. 그리고는 애타게 저택 대문 쪽을 바라보았다.
그는 혼자 집에 있을 때면 늘 저곳에 앉아 있었다.
언젠가 그의 엄마가 갑자기 나타났을 때, 자신이 가장 먼저 발견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박이안은 아들의 쓸쓸한 뒷모습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
이럴 때마다 그는 속으로 원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망할 여자, 도대체 어디서 죽은 거야?’
아들이 너무 그리워한 나머지 병까지 났는데, 아직도 돌아오지 않다니.
자신과 아들을 내팽개치고, 그녀의 마음은 아프지도 않은 걸까?
